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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내지 않는 작품들

칠판소리 2016. 12. 22. 18:50

96년 개봉한 인디팬던스 데이. 이 작품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고 인간이 반격을 가해 외계인을 잡아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당시 큰 흥행을 하였고 윌스미스라는 신인을 스타로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뭐.. 영향력은 그렇다치더라도.. 오늘 하고픈 얘기는 이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작품도 아니다.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풀어내지 않는 작품'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함이다. 인디팬던스 데이처럼 인간이 외계인을 잡아낸다는 결말로 끝나는 전개를 풀어낸다고 한다. 

반대로 풀어내지 않은채 끝내는 작품들도 많다. 이번에 흥행한 곡성이 그 예다. 곡성의 주인공 곽도원은 이래저래 치이기만 하다가 끝나버린다. 그가 뭔가 발버둥치는 모습은 있지만 주도권을 잡고 뭔가를 해내는 모습으로 보긴 어렵다. 

이렇게 끝나는 작품은 뭔가 허망하고 찝찝하다. 그래서 카타르시스를 주는것과는 많은 거리가 있다. 곡성의 클라이막스에선 강한 감정을 느끼지만 곡성의 결말을 보고선 뭔가 짜증나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게 그 예다. 
그나마 곡성은 풀어내지 않는 방법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반면 유지태 주연의 비밀애는 실패한 사례중 하나이다. 

유지태가 둘. 사랑하는 여자가 하나. 여자는 양다리(?)를 걸치고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반복된 질문에 대답을 끝까지 안해주는 작품이다. 

그냥 말하지 않는것에서 나오는 갈등이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그렇기에 풀어내지 않는 작품에 속한다. 

그리고 실패했다는점에서 주목해본다면.. 이런 방식은 상당히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걸 엿볼수 있다. 
이외에도 이런 종류의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근데 이런 작품들에는 반드시 대립구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냥 대립에서 끝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곡성에선 천우희와 일본인.. 비밀애에선 유지태와 요지태...물론 그걸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품평이 달라진다. 

애니 시리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도 이중에 하나로 속한다. 근데 이 작품은 2중적 대립이 아니라 3중적 대립에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지닌다는 다소 복합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주인,미래인,초능력자가 스즈미야 하루히를 둘러싸고 감시,관찰을 하고 있는 동시에 관찰자 쿈이 이런 상황을 본인 시점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 작품도 대립을 풀어내지는 않는다. 근데 이 작품은 똑똑하게 얘기를 풀어내간다. 비밀애처럼 대립을 강조하기 보다는 대립컨셉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상황을 던져주고 그걸 풀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립을 풀어내지는 않으면서 대립이라는 구도를 바탕으로 상관없는 상황을 풀어내는 방식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래서 하루히의 팬들은 이 작품의 대립구도가 풀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우주인의 누구가가 나서서 문제를 일으켜 미래인이 출동하고 초능력자가 배신하고.... 등등 이런 전개를 바라고 있다. 
But그것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건 영화 곡성과 비밀애가 각각 말해준다. 

만약 곡성의 곽도원이 결말 이후에 멀쩡하게 일어나서 황정민이랑 악마 일본인한테 복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냥 흔한 복수극이 되버린다. 작품의 가치가 하락해버리는 순간이다. 

비밀애에서 결국 요지태가 아니라 유지태를 사랑한거라고 여자가 말해버린다면? 그럼 그냥 그렇게 끝나버리는것이다.
요점은.. 풀어내지 않는 작품이 뭔가를 풀어내는 선택을 하는 순간... 작품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달라진다는걸 볼수 있다. 

하루히도 마찬가지다.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이상 절대 모르지만.. 막상 전개되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큰 실망감을 맛보게 될것이다. '내가 알던 하루히가 아니다'라고 느끼게 될것이다. 

추억은 추억일때 가장 아름답듯.. 풀어내지 않는 작품은 풀어내지 않을때가 가장 아름답다.. 나홍진 감독도.. 비밀애 감독도.. 하루히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그 이상 풀어내려고 하지는 않고 있다. 그건 자신의 작품의 정체성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래서 하루히 시리즈가 더이상 안나온다는 슬픈 사실을 거부할수가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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